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죄송합니다.” “잠깐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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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카기 군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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!” 애절한 구애를 외면하고 2층으로 향하는 녀석, 눈치를 살피던 다카기의 어머니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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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이가 입시 준비 때문에 많이 예민해 져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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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해해 주세요.” “어머님이 좀 설득해 주십시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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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표 팀엔 다카기 군이 필요합니다.” “글쎄요 ··· 컸다고 이젠 제 말도 안 듣는데, 통할지 모르겠네요.”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다니, 하지만 이와이 감독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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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른 곳도 아니고 다이이치 고교 입시 시험을 치른다는데, 내가 그 앞길을 가로 막을 자격이 있는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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협회의 정책도 이해가 안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, 마음 같아선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 도망치면 논란에 기름을 들이부을 뿐, 어떻게든 해 내는 수밖에 없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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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U-15 일본 대표팀, 쿠바에 패해 은메달에 그쳐] 시간은 흘러 8월, U-15 일본 대표 팀은 안타깝게 우승을 놓쳤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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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작부터 삐걱거렸던 대표팀,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와이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났고, 흥행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협회는 사면초가에 몰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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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나가지도 않은 대회에 관심 줄 필요 없지.’ 물론 다카기는 공부에 전념하느라 대회 결과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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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표 팀 감독이 직접 찾아왔다는 건 내 재능을 야구관계자들이 인정했다는 거겠지, 다이이치 고교에 A급 야구부가 있는 건 아니지만 프로선수 중 고시엔을 밟아 본 선수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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프로에 갈 재능만 있다면 야구부 수준은 관계없는 일, 선택지를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한 노력은 입시시험 날까지 계속됐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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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 판타지, 스포츠, 3화 (3/361) 4화 4화 4화 (4/361) 4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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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택할 권리 - (4) 일선에서 물러난 고영길은 변호사를 두고 유언장을 작성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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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아는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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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후에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,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재산도 정리에 나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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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여긴 하루한테 물려줘야지.’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던 도쿄 중심가의 빌딩, 그 상속자는 다카기 하루요시로 결정됐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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손자들 중 가장 명석하고 목표도 뚜렷한 녀석, 그 어렵다는 다이이치 고교에 합격을 했으니 입학선물로 이 정도는 챙겨주고 싶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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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쿄 올림픽이 확정되면서 그 주위의 부동산 가치는 폭등 중, 일본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한 값어치가 떨어질 일은 없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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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회장님, 증여는 조금 미루시는 게 어떨까요.” “어째서?” “손주 분은 아직 15살이라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가 없습니다.” 20살이 돼야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손자는 아직 15살, 얼마 전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렸던 고영길의 생각은 복잡해졌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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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내가 그때까지 살 수 있겠나?” “불안하시면 일단 아드님께 증여를 하시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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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게 확실합니다.” “으음 ··· 자네 의견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.” 손자를 위한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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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을 시켜 학교 근처의 집을 알아보게 했고, 용돈으로 쓰게 할 잔돈도 두둑이 챙겨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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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왕족이 굳이 정체를 드러낼 이유는 없지.’ 마음 같아선 입학식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그만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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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영길은 자이니치라는 출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지만, 얼굴이 알려진 내가 입학식에 나가면 손자가 평범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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왕족노릇은 이 된 후에도 늦지 않은 일, 손자를 위해 쓸데없는 간섭은 자제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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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그 녀석, 안주면 섭섭하다고 하겠지.’ 손녀 미사키에게도 땅을 증여하기로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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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마마츠는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곳은 아니지만 도쿄, 오사카, 나고야 등 쟁쟁한 대도시에 둘러싸인 교통의 요충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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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전부터 하마마츠 일대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고영길은 그 일대의 땅을 매입, 8년 전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설립하면서 투자는 대박이 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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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 임대료를 받고 있는 회사만 9개, 그것만 잘 굴려도 평생 풍요롭게 살 수 있겠지, 고영길은 이 정도면 할아버지 노릇은 충분히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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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* * “선배, 졸업 축하드려요.” “그래, 고맙다.” 어느 날, 다카기는 야구부원들과 얼굴을 마주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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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동안 공부에 열중하느라 부원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지만, 시험도 모두 끝났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파티를 즐겼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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떠나는 주제에 무슨 말을 남기겠는가, 잔소리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후배들은 3년 동안 숱한 전설을 남긴 선배를 가만 두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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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선배, 진짜 오사카로 가시는 거예요?” “왜, 내가 거짓말 하는 것 같아?” 다카기는 얼마 전 다이이치 고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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담임선생님 입에서 시작된 소문은 학교 전체를 진동, 다들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하루는 코웃음을 쳤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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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부라면 예전부터 반에서 2 ~ 3등 정도는 유지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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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국대회가 끝나자 공부에만 전념하면서 결과가 나왔을 뿐, 하위권을 맴돌던 녀석이 겨우 몇 달 공부했다고 기적을 낳을 수 있을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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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는 기적은 없었다고 못을 박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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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공부든 운동이든 매일 꾸준히 하는 녀석 못 이겨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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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동안 내가 해 온 게 있으니까 결과가 있었던 거야.” “역시 그런 건가요?” “그래, 너희들도 뭔가 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꾸준히 해 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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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능이 없다느니 머리가 안 좋다느니 어설픈 변명하지 말고,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.” 즐기는 자리에서 이 이상의 진지한 얘기는 분위기를 망칠 뿐, 하지만 후배들의 질문은 계속됐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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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선배님” “왜?” “제가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, 고백해도 계속 퇴짜 맞고 있거든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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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것도 꾸준히 하면 성과가 있을까요?” 좀 진지한 질문을 기대했던 다카기는 할 말을 잃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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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건 다른 부원들도 마찬가지, 하지만 녀석의 표정은 제법 진지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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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야, 나도 연애를 못 해봤는데 그걸 어떻게 아냐?” “위로가 될 말이라도 해주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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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 지금 심각하다니까요.” 그냥 넘어갈 것이지 눈치 없이 매달리는 후배, 잠시 고민하던 다카기는 자신만의 연애 철학을 공개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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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 알고 있지?” “네, 역시 노력하면 되겠죠?” “아니, 내가 보기에 넌 지금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어.” 그럴듯한 말로 포장을 해봤자 남자에게 연애란 투쟁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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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물의 세계만 봐도 수컷은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하거나 자신을 포장하고, 경쟁자들과 싸우는 존재 아닌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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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다르겠는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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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가 힘이 있다면 사랑도 자기 뜻대로 주도할 수 있지만 내세울 게 없으면 여자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기 마련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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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미인은 용기가 아니라 힘이 있는 자가 얻는 거다.’ 학생이 무슨 힘이 있다고 사랑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는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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완벽한 히로인이 덜 떨어지는 남자 주인공을 사랑하는 비현실적인 만화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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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기가 있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연애, 다카기는 후배에게 사랑을 하고 싶으면 힘을 키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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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네가 그렇게 고개 숙이면서 걔하고 사귄다고 치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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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다음은 행복해 질 것 같냐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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손이라도 한번 잡자고 하면 정색할 걸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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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도 좋아?” “ ···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어요.” “사랑은 결국 주는 쪽이 손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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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아버지도 어머니 2년 동안 따라다녀서 결혼했는데, 지금도 어머니 기분에 맞춰주려고 애쓰셔.” 뜻하지 않은 폭로에 후배들은 폭소를 터뜨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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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시 사랑은 주는 쪽이 손해라는 건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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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카기는 이 즐거운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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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기고 싶으면 그만한 무기를 갖춰, 다들 알아들었지?” “그런데 선배는 지금 싸워도 되는 입장 아닌가요?” 후배들은 다카기 캡틴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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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은 얼굴에 비해 코가 좀 큰 편이지만 옆에서 보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력 포인트, 옆모습만 보면 동양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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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기에 두드러진 속눈썹과 갸름한 턱 선, 181cm의 키, 공부와 스포츠까지 만능, 인기가 없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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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다카기는 헛소리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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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난 지금 학생이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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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창 힘을 키우고 있는데 무슨 연애냐?” “지금도 충분히 강한데 도대체 어떤 여자를 만나려고 그러세요?” “알아서 뭐 하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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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쨌든 다시 만날 때는 인생의 승자가 돼서 만나자.” 선배가 음료수가 담긴 잔을 높이 들자 후배들도 동참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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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라오케에서 올린 인생 출정식, 하지만 더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각오를 다지기엔 충분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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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* * [저 오늘 조금 늦을 거예요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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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지금이 몇 신데 그러고 있니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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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른 들어오렴.” [후배들하고 마지막 인사 나누는 거예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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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해 좀 해주세요] “그래 ··· 알았다.” 어머니는 오늘도 아들과의 애정싸움에서 완패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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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마 후면 타지로 떠날 녀석이 엄마보다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, 솔직히 서운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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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당신이 들어오라고 전화해 봐요.” “시험도 끝났는데 내버려 둬요.” 다카기의 아버지는 아내의 구원요청을 외면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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운동에 소질이 있어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아들, 그렇게 활발한 녀석이 입시 준비에 몇 달 동안 묶여 있었는데, 순순히 집에 들어오겠는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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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내의 허전한 마음은 내가 채워주겠다며 슬쩍 거리를 좁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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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당신 갑자기 왜 이래요?” “누가 들으면 내가 애정표현에 인색한 줄 알겠네요.” 대학생 시절 아내를 처음 봤을 때 받은 충격이란, 다카기의 아버지는 저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로 매달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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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전히 도도해서 공략하는 맛이 있는 아내, 하지만 오늘 따라 반응은 차가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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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왜 이래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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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층에 미사키도 있는데” “아들한테 차이고 나한테 강한 척 하는 거예요?” “누 ··· 누가 차였다는 거예요?” “밀어내도 소용없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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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나는 조금 위험한 편이니까.” 점 점 못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손, 아내가 약간 거부감을 보이자 다카기의 아버지는 측면공격으로 방향을 틀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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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애들은 크면 부모 곁을 떠나는 법이에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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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운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.” 마음을 간질이는 위로에 잔뜩 성이 오른 눈은 풀어졌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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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제까지 내 곁에 머무를 줄 알았던 아들이 오사카로 가버리다니, 다른 사람이 들으면 경악할 소리지만 그까짓 공부 조금 못해도 괜찮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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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마세 공립학교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인데, 굳이 그 먼 길을 가야 했을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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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머니는 아들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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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그런 눈 하지 말아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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애들이 다 떠나도 난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.” “당신 오늘 정말 왜 이래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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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한테 무슨 죄 지었어요?” “죄는 지금부터 저지를 생각인데요.” 오늘은 정말 심상치 않은 분위기, 다카기의 어머니는 곧 화마가 닥칠 전장에서 도망쳤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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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자려고요?” “따라오지 마세요.” “그럼 난 어디서 자라고요?” “알아서 하세요.” 오랜만에 분위기 좀 잡아보려는데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 아내, 하지만 불이 붙은 욕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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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안 내려오겠지?’ 2층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이 신경 쓰이지만 뭐 어떤가, 다카기의 아버지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문고리를 잡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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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그럼 그렇지.’ 스스르 열리는 문, 새침하게 돌아선 아내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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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아들과 2층에 있는 딸 때문에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, 그렇다고 희미한 불빛 속에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을 힘으로 제압할 생각은 없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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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자란 생각보다 세심한 존재, 마음을 열 때까지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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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당신은 이런 내가 지겹지도 않아요?” “뭐가요?” “가끔은 내가 고분고분해지길 바라는 거 아니에요?” 이렇게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인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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프러포즈를 받았을 때도 주위 사람들은 너는 복 받은 여자라며 남편만 칭찬하기 바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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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다카기의 어머니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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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안 재력은 몰라도 나머지는 뭐 하나 뒤질 게 없는데, 내가 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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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음을 열었던 남편에게 다시 마음을 닫았던 것도 그때부터, 이런 내가 남들에겐 피곤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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